2015년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시카리오(Sicario)》는 단순한 범죄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미국-멕시코 국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 속에서, 이 영화는 법과 정의, 작전과 범죄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해질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친 심리적 전쟁극입니다. 주인공인 FBI 요원 케이트는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 속에서 끊임없이 도덕적 질문과 마주합니다. 《시카리오》는 국가의 폭력이 정당화되는 방식, 선과 악이 뒤섞인 현실, 그리고 정의가 실종된 작전의 실체를 통해, 관객에게 불편한 윤리적 딜레마를 직면하게 만듭니다.
선: 법을 따르는가, 결과를 따르는가
영화 속 주인공 케이트는 이상적인 법 집행관입니다. 절차를 중시하고, 정의를 믿으며, 폭력에 의존하지 않는 수사를 원칙으로 삼습니다. 그러나 작전에 참여하며 마주하는 현실은, 그녀가 알고 있던 ‘정의’의 개념을 철저히 무너뜨립니다.
미국 정부는 마약 카르텔을 뿌리 뽑기 위해 CIA와 협력해 비공식적인 팀을 꾸리고, 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국경을 넘어선 살해와 납치, 고문까지도 ‘불가피한 수단’으로 동원합니다. 케이트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지만, 작전의 흐름에서 철저히 배제되며 법에 따른 정의는 무력함 그 자체로 표현됩니다.
이는 관객에게 “법이 정의를 보장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선을 지키는 것이 정당한가, 아니면 선을 지키다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게 되는가? 영화는 이 모순된 질문 속에서, 선이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개념임을 보여줍니다.
악: 국가 권력이 자행하는 정당한 폭력?
《시카리오》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바로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입니다. 그는 명확한 정의도, 공식적인 임무도 없이 복수와 정보전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허용된 폭력’의 얼굴입니다. 카르텔에게 가족을 잃은 그는, 작전이라는 틀 속에서 합법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복수를 완성해 나갑니다.
알레한드로가 보여주는 폭력은 명백히 잔혹하지만, 그 대상은 ‘악’으로 간주되는 마약 카르텔입니다. 문제는 그의 방식 또한 범죄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모순을 비판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그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합니다. 즉, 선과 악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고, 우리는 그 잔해 속에서 작동하는 국가의 논리를 마주하게 됩니다.
작전: 정의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또 다른 전쟁
케이트가 참여한 작전은 명목상 마약 카르텔을 무너뜨리기 위한 정당한 군사 행동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작전의 진짜 목적은 멕시코 내에서 더 ‘관리하기 쉬운’ 조직 하나를 남기기 위한 전략적 선택임이 드러납니다. 즉, 전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닌, 더 큰 통제를 위한 치환입니다.
작전의 지휘자 맷(조시 브롤린)은 “우리는 이 전쟁에서 법을 따르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오히려 무정부적인 상황에서 ‘질서를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자들’로서 등장합니다. 그는 명확한 목표도, 윤리적 기준도 없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현실주의자입니다.
이는 오늘날 국제 정세와 정치 작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정의가 조작되고, 전략이 윤리를 대체하는지를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영화는 군사작전이 아니라, 현대 정치의 축소판이며, 관객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믿는 정의는 진짜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설계인가?”
결론: 요약 및 Call to Action
《시카리오》는 정의와 폭력, 국가와 범죄의 경계를 흑백으로 나누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경계를 지우고,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냉혹한 선택들을 보여줍니다. 선과 악, 옳고 그름, 정의와 작전의 차이가 흐려진 지금, 이 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윤리적 질문을 던집니다.
“정의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금 이 질문 앞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