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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교육 갈등을 담은 클래스 (등장인물, 교실, 소통)

by persistjourney 2025. 7. 14.

21세기 교육 갈등을 담은 클래스 (등장인물, 교실, 소통)

프랑스 영화 ‘클래스(원제: Entre les murs)’는 실화를 바탕으로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 문화적 차이, 소통의 한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등장인물과 교실의 분위기,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소통의 실패와 가능성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클래스의 등장인물: 교사와 학생 사이의 긴장

영화 ‘클래스’의 주요 인물은 프랑수아 마랭이라는 중학교 프랑스어 교사와 그의 학생들입니다. 프랑수아는 1년간 한 학급을 맡으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과 마주합니다. 학생들은 주로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질적인 문화와 가치관이 교실 안에서 충돌을 일으킵니다. 프랑수아는 이상주의적이고 진보적인 교사로, 학생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가 사용하는 언어, 표현, 규율은 때때로 학생들에게 권위적으로 다가가고, 그로 인해 마찰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수업 중 사소한 표현 하나가 학생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결국 징계로까지 이어지는 장면은 교사와 학생 간의 감정선이 얼마나 얇은 유리처럼 위태로운지 보여줍니다. 등장인물 중 대표적인 학생인 술레이만은 반항적이지만 동시에 자존감이 강한 인물입니다. 그는 교사의 말 한 마디에 강하게 반응하며, 학교라는 제도 자체에 불신을 드러냅니다. 또 다른 학생인 에스메랄다는 공부에 대한 욕심이 있지만, 동시에 교사의 언행을 민감하게 지적합니다. 이들 인물은 단지 문제아가 아니라, 사회적 배경과 정체성의 충돌로 인해 갈등하는 청소년들입니다.

교실이라는 공간의 의미와 현실

‘클래스’의 주 무대는 하나의 교실입니다. 이 교실은 단순한 학습 공간이 아니라, 프랑스 사회의 축소판이자 긴장이 응축된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학생들 사이에는 소속감, 경쟁, 무관심, 적대감이 뒤섞여 있으며, 교사는 이 균형을 어떻게든 유지하려 고군분투합니다. 교실에서는 학문적 수업 외에도 학생들의 정체성과 감정, 갈등과 화해가 반복적으로 충돌합니다. 아이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않거나, 교사의 질문에 반항적으로 대답하거나, 때로는 개인적인 상처와 사회적 편견을 드러냅니다. 이런 모습은 오늘날 전 세계 교실에서도 쉽게 관찰되는 모습으로, 영화는 특정 국가의 이야기를 넘어 21세기 교육의 보편적 딜레마를 그려냅니다. 카메라는 고정되지 않고,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교실 안의 인물들을 따라가며 긴장과 감정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직접 그 공간에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하며, 교실이 단순한 교육 현장이 아니라 정체성, 권력, 언어가 교차하는 살아 있는 사회적 공간임을 실감하게 합니다.

소통의 실패와 가능성: 진짜 대화는 가능한가

‘클래스’가 가장 깊이 파고드는 주제는 바로 소통입니다. 교사와 학생은 모두 대화를 시도하지만, 서로 다른 배경과 언어, 감정이 걸림돌이 되어 진짜 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교사는 지식 전달뿐 아니라 학생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해야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수아는 수업 도중 한 여학생을 ‘페타세’(건방진 여자아이)라고 지칭하며 학생들의 반발을 사게 됩니다. 이는 단어 하나가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며, 교사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권력자의 언어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이후 교사와 학생 사이의 갈등은 폭발하고, 학생이 퇴학당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영화는 교육 현장에서의 소통 실패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소통의 가능성 또한 제시합니다. 몇몇 학생은 프랑수아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교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마주하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한 학생이 조용히 교사에게 다가와 “사실 저는 1년 동안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비로소 진짜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이 짧은 고백은 교사에게도, 관객에게도 교육의 본질이 지식 이전에 관계와 이해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클래스’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교육 현실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입니다. 다양성과 갈등, 소통과 단절, 규율과 자유 사이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가 고민하는 시대. 이 영화는 그 치열한 하루하루를 거창한 드라마 없이, 그러나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담아냅니다. 교육은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질문을 나누는 과정임을 이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